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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하일기-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공간(고미숙)’의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간단히 요약해 보면, “여행이 주로 낯선 세계를 체험하는 것이라면, 편력은 삶의 여정 속에서 예기치 않은 일들에 부딪히는 것을 말한다. 이를 고대 희랍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식으로 말하면, 직선의 운동 속에서 돌연 발생하는 방향 선회, 그것이 일으키는 수많은 분자적 마주침들을 ‘클리나멘’이라고 한다” 였다. 작가가 그 책을 쓰게 된 경위, 그녀의 ‘클리나멘’을 말해주기 위해 짧게 소개한 용어 ‘클리나멘’이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마음 속에 짙게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당시 우발적 만남으로 나의 행로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이고, 작가의 말을 읽고 그 만남이 나의 ‘클리나멘’이었음을 깨달았던 것 같다. 나의 두 ‘클리나멘’으로 인해 너무나 즐겁고, 보람된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 행복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잊지 못하는 것 같다.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나. 수능을 중점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일반고 학생에게는 카이스트를 생각해 볼 기회가 적어 카이스트는 ‘나의 지망 대학’의 고려대상이 되기 어렵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드라마 ‘카이스트’와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카이스트는 나의 선망의 학교였지만 고등 학생이 된 이유로 까맣게 있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첫 번째 클리나멘. 선생님의 추천으로 카이스트에 지원하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 학교에 04학번 학생이 되었다.
대학 생활의 기대감과 설렘에 부풀어있던 나. 좀 더 재미있게 즐기면서 보람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여러 동아리를 두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동아리에만 눈을 두고 갈등하던 나에게 두 번째 클리나멘이 찾아왔다. 그것이 바로 ‘신문사 기자’였다.
나는 두 클리나멘으로 ‘카이스트 신문사’의 기자가 되어 문화부에서 마음껏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 미술, 서예, 플롯 연주, 무용 등을 좋아했던 내(그래서 동아리 선택에도 갈등이 심했던)가 이 모든 것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많은 전시회, 음악회 등을 찾아 다녔다. 그 때마다 감상에 그치지 않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도 하고, 관련 서적을 찾아 다양한 책, 잡지, 신문을 접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관심 분야의 앎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취재를 위해 땅끝 마을 ‘해남’까지 달려가고, 수업 시간에 강의를 듣다가 갑자기 편집 틀이나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첩을 꺼내 메모하기까지의 여러 추억들. 밤샘 편집으로 몸이 고단하고, 회의 때 기자들과 이것저것 고민을 했어도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행복함으로 잔잔히 남아있다.
먼 훗날, 대학 생활을 떠올려보면 ‘기자 활동’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기억남을 것 같다. ‘신문사’라는 마주침, 그 클리나멘을 떠올리면 즐거워질 수 있도록 해준 ‘행복 요소’ 기자들, 많은 만남 그리고 신문. 이들 모두에게 한 마디 크게 외치고 싶다.
화! 이! 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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