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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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블랙홀?

로버트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
대전시유성구 구성동373

조선일보 2005년 8월 13일

[번역: 이현경]

블랙홀은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이상한 예측이다. 블랙홀은 커다란 항성이 에너지가 고갈돼 사멸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항성의 사체는 그 자신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상대성에 의해 결정되는 아주 작은 크기로 수축되면서 형태가 없는, 죽음의 구형(球形) 영역으로 변형된다. 이 영역의 표면은 그 안에 떨어지는 어떤 물체도 곧장 빨려들어간다는 의미에서 ‘구멍’이며, 어떤 것도 -심지어는 빛조차도- 다시 나올 수 없다는 의미에서 ‘암흑’이다.

이런 블랙홀 현상이 실재 자연계에서 아인슈타인 이론이 예측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발생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태양보다도 훨씬 육중한 ‘작은’물체들이 촘촘히 모여 있는 은하계 중심부를 관찰하면 이런 현상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은 정황적 증거들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블랙홀에 대한 직접적 관찰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홀이란 개념은 보편적인 매력을 갖고 있어서 전세계 문화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추측컨대 이는 블랙홀의 은유적 가치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대다수 한국인들은 중국을 전통적인 문명의 규칙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정보·돈 그리고 직업 등이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블랙홀과 같은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태도의 일정 부분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다. 과거에는 공산주의 체제로 몰락한 국가를 블랙홀로 사멸한 별에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두말할 나위없이 이런 개념은 낡은 사상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의 많은 부분은 간단하게 적대감으로 전환된다. 나는 한국인들이 매우 경쟁심을 갖고 있어서 종종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때에도 그것들을 ‘블랙홀’로 치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연히 중국은 블랙홀이 아니며 10억명의 인구-그중 일부는 아주 총명하다-를 갖고 있는 나라다.

최근나는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주최한 물리학 여름 캠프에서 강의를 했다. 강의 대상은 중국 전역에서 온 100여명의 영재들이었다. 그 학생들은 뛰어났으며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똑똑한 젊은이들-사려깊고, 세련되며, 영리하고, 훌륭한 영어 능력 등을 가진-과 비슷했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달랐다. 그것은 중국 학생들이 훨씬 공개적으로 교수들의 의견에 질문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독립적 태도의 결과로, 그 학생들은 한국의 영재들보다 내 강의에 더 잘 반응했다.

내강의 주제는 왜 블랙홀이 과학적 허구일 수 있는가였다. 나는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대한 설명에서는 완벽하게 옳지만, 거대한 물체에 대한 설명은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자면 만약 블랙홀 형성이 우주 전이(轉移) 단계였다면 발생할 수도 있다. 적절한 예는 북극에서 얼음과 물의 경계선일 것이다. 여러분이 물에 대해 완벽하게 정확한 수학적 설명을 갖고 있다 해도, 얼음에 대해서 올바로 설명할 수 없다. 학생들은 내 주장에 거세게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이는 실로 경탄할 만했다.

그날저녁 나는 다른 교수들과 포도주를 마시며 우리들이 목격한 문화적 차이에 대해 얘기했다. 우리는 중국 학생들의 지적 능력 중 일부는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재능의 집중에 기인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구소련 시절을 예로 들면, 러시아 물리학도들은 그 어떤 나라의 물리학도들보다 뛰어났다. 이는 학술적 인생만이 그들이 출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또 중국 문화는 한국 문화보다 확연히 덜 유교적이라는 데도 공감했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국인들이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나 작은 블랙홀들의 집합으로 생각하는 경향에 대해 깊은 우려의 심정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인들이 느끼는 낯설음은 물리학자들이 느끼는 낯설음과 마찬가지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세상은 계속해서 불가사의를 갖고 있지만, 나는 우리 인류가 블랙홀이 어떤 우주에도 실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하도록 예정되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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