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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이 쓴 칼럼을 읽은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한번쯤은 미국인 총장이 어떻게 한글로 썼을까 하고 궁금해 한적도 있겠지요. 사실, 조선일보의 러플린 칼럼은 우리학교 동문이신 이현경(국어국문학과, 89학번)선배님이 번역하신 거랍니다. 선배님은 카이스트 총장실 수석비서로 재직 중이시면서, 러플린 총장이 언어적 제약 없이 활동 할 수 있도록 보좌하고 계시죠. 석탑은 러플린 총장의 최측근인 이현경 선배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과 일하게 된 동기는?
2004년 러플린 교수에 대한 기사를 썼던 게 계기가 됐지요. 당시 저는 싸이언스 타임스에서 기자로 활동 할 때였는데 러플린 교수님의 카이스트 총장직 부임여부가 세간의 화제였지요. 그래서 이걸 한번 알아봐야겠다 해서 먼저 스탠포드 대학교 홈페이지를 다 뒤져서 이메일을 찾아냈지요. 이메일을 보내니깐 답장이 오더라고요. 답장을 받자 마자 전화를 해서 카이스트 총장직 수락여부를 들었는데 그게 특종이 됐어요. 그 후, 카이스트에서 총장 보좌직이 신설되는데 관심이 있냐고 연락이 와서, 그렇다고 하니까, 영어 인터뷰와 시험을 치르게 하더군요. 다행히 보좌역으로 뽑혀서 현재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러플린 칼럼 번역된 한글이 매우 훌륭하다고들 합니다. 영어를 잘하게 된 비결이라면?
군 제대 후, 앞길이 막막해서 영어공부에 매진했었어요. 그때는 주로, 발음에 주안점을 두었는데, 나중에 미 본토 생활을 하고 보니까 영어의 핵심은 발음이 아니고 억양이더라고요. 미국 IBM에 근무할 때였는데 한번은 회의가 열린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 말은 잘 못 알아듣는데 인도사람들이 하는 영어는 미국인들이 다 알아듣는 것이었죠. 인도 영어 발음은 상당히 알아듣기 까다롭거든요. 알고 보니 억양 때문이더라고요. 인도영어는 발음은 별로지만 억양이 있고, 우리는 억양이 없잖아요. 그 후부터, 영어로 대화할 때는 꼭 억양에 신경 쓰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꼭 동여 매여 있는 나사를 푸는 거에요. 쓰이지도 않는 단어를 부지기수로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나사,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아 남들한테 자랑해야겠다는 점수의 나사,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의 나사, 틀린 것에만 집착하는 꼬투리의 나사, 남보다 잘 해야 한다는 비교의 나사 등등 말이죠.
러플린 총장의 공관을 같이 쓰신다고 들었는데요. 외국인 상사와 같은 곳에 기거하는데 불편한 점이라도?
머,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총장님은 근무 후 제 사생활은 관여를 안 하시거든요. 그리고 그다지 권위적 이시지도 안구요 결론은, 근무 후에는 상하관계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거죠.